하루 종일 SNS를 통해서 ‘나’는 공유된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SNS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나를 공유한다. 산간 벽지에 사는 아무개씨가 과거의 연예인만큼이나 노출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나의 ‘소비’는 주요 노출의 소재 중 하나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소비를 통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만족스런 일이 또 있으랴. 그렇게 우리는 보다 ‘의식 있는 소비자 (conscious consumer)’가 되려 한다. 가격은 소비 시 고려사항에서 그 중요도가 줄어들었다. 대신 나의 신념과 가치관, 이 소비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다. 미닝아웃*을 통한 의식 있는 소비 (conscious consuming, 개념/신념 소비)가 대세다.
(*미닝아웃: 미닝과 커밍아웃의 합성어. 정치적, 사회적 신념 등을 표현하는 행위)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들 중 83.7%가 ‘착한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느꼈고, 소비자의 49.1%(복수응답)는 그 일환으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했다고 8일 밝혔다. 특히, 20~30대 MZ세대에서 착한소비와 미닝아웃에 대한 의지는 가장 강했다고 한다. 공정무역으로 생산한 커피를 마시고, 거위의 가슴을 쥐어 뜯지 않아도 충분히 따듯한 웰론 솜 패딩을 입던 소비자들이 뷰티 제품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클린 뷰티’로 대두되는 뷰티 업계의 개념 소비의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클린 뷰티의 ‘클린’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제품 그 자체의 물리/화학적인 클린함을 뜻하고, 또 하나는 제품의 생산에서 시장 출시까지의 그 과정상의 클린함을 의미한다.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친환경 소비’ 였다 (52.9%,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그러나 실상 클린 뷰티에 대해서 구체적인 가이드나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기업은 나름의 기준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제품이 ‘클린’하다고 광고한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코스메틱 비즈니스 6월 8일자에는 ‘Consumers demand more transparency from ‘clean’ beauty labels, study finds’ 라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시장조사기관인 Influenster와 Bazaarvoice의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클린함을 강조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 근거가 빈약하거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60% 이상의 여성들은 뷰티 브랜드가 ‘클린’을 강조하지만 그 근거를 대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리고 90%가 ‘클린’이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마땅한 근거를 제시하는 제품을 사고자 했다. 그러나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므로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peer review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 현상을 반영한 것이 소위 말하는 ‘입소문템’이다.

작금의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스마트슈머, 체크슈머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며 정보 제공 집단의 주장을 무작정 받아들이기 보다 한마디 한마디를 검증하고자 한다. 여기서 믿을 만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면 신뢰도에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은 가장 많은 정보와,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진 기업에서 최대한 투명하게, 그러면서도 상식적인 선에서 정보를 전달하며, 동시에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주일만에 피부를 하얗게’와 같은 식의 과도한 마케팅이 사라지는 추세가 만들어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특히 건강한 마케팅은 결국 업계의 오랜 생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사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