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왔다. 운동화가 답답해졌다. 그런데 문득, 언제부터일까. 맨발톱으로는 샌들 신기가 신경 쓰인다. 엄지 발톱에라도 뭔가 발라야 될 거 같다. ‘쌩얼’만큼이나 ‘쌩손톱’, ‘쌩발톱’이 어색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나 노출이 많아지고 패션이 컬러풀한 여름이면 더욱 네일아트나 패디큐어가 유행한다. JTBC 방송 ‘가장 보통의 가족’에서 한 중학생 출연자는 최근 중학생들 사이에서 네일 연장을 통한 셀프 네일아트가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손은 자신과 타인에게 가장 많이 보이는 부위인 동시에 손톱은 손쉽게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수단인만큼 중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여성들의 손발톱이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네일아트가 유행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과거의 메니큐어는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었다. 한 번 바르면 다 마를 때까지 한참을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고, 금세 찍히거나 벗겨져서 채 일주일을 버티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 모든 단점들을 해결한 젤네일이 등장했다. 처음 젤네일을 봤을 때, 도톰하고 반짝이는 손톱이 정말 예뻤다. 그런데 이게 찍히거나 벗겨지지도 않고 오래 유지가 된다는 거다. 타고난 얇은 손톱으로 고생하던 지인은 젤네일을 하고 있으면 손톱이 찢어지지 않는다며 열심히 시술을 받았다. 젤네일도 단점은 있었다. 부담스러운 시술 비용과 네일을 제거할 때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손톱 손상이다. 지금은 셀프 젤네일 도구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어 비용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제거로 인해 손톱이 상하는 건 여전하다.

시장은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젤네일의 등장 이후, 시술을 위해 샵을 찾을 시간이 없거나, 몇 주씩 같은 네일아트가 지겹거나, 손톱이 너무 얇아서 처음부터 젤네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 출시되었다. 데싱디바로 대표되는 부착형 셀프네일 아트 제품이다. 다양한 디자인, 3초만에 완성하는 간편함, 상대적으로 간단한 제거를 장점으로 데싱디바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여전히 단점은 존재했다. 플라스틱 네일팁 밑에 양면테이프 같은 접착제로 손톱에 붙이는 형태인데, 그 틈으로 머리카락이 낀다. 나도 몇 번 뜯겼다. 네일팁 자체의 이물감도 불편했고, 유지력이 좋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젤라또팩토리에서는 유연한 필름형 부착 네일팁을 출시했고, 여기서 한 번 더 발전시켜 젤네일을 반쯤 굳혀 스티커 형태로 만든 오호라네일이 등장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언제든 원하는 디자인의 네일아트로 손톱과 발톱을 꾸밀 수 있다. 샵에 가서 다양한 케어도 받으면서 시술을 할 수도 있고, 집에서 셀프로 예쁜 디자인을 즐길 수 있다. 네일아트 제품이 아무리 발전해도 극복하지 못하는 주제는 딱 하나다. 손톱의 손상. 본인도 필오프베이스에 손톱 손상을 줄여준다는 오일리무버까지 사용하고 있지만, 네일아트의 지속력은 손톱손상과 비례한다. 지금도 너덜너덜한 쌩손톱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손톱 강화제를 여럿 쓰다 보니 손톱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피부처럼 손톱도 그 미적인 기능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지만, 실상 기능적으로 아주 중요한 조직이다. 손과 발의 끝을 보호해주고 물리적으로 지지해준다. 손톱이 없으면 바닥에서 동전을 집을 수도, 캔을 딸 수도 없다. 우리가 손으로 하는 많은 섬세한 작업들이 불가능해진다. 손톱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하나 보았다. 2013년 무려 네이처지에 발표된 연구다 (Takeo et al., 2013). 사람의 몸은 일반적으로 절단되면 재생되지 않는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다. 손끝과 발끝이다. 손끝과 발끝은 잘려도 어느정도 재생이 된다. 재생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 현상에 대해서도 연구했고, 손발톱의 중요한 기능이 밝혀졌다. 손톱을 만드는 세포는 Wnt/β-catenin이라는 특정 신호를 받아서 손톱으로 분화한다. 손톱 부위에서 손끝이 절단되면 평상시 손톱을 만드는 이 신호가 상처 부위로 신경을 끌어오고, 손가락과 뼈를 만드는 다른 세포들을 모이게 해서 손가락이 재생되도록 한다는 거다. 이때 손톱을 포함한 손끝이 잘릴 때도 바깥 쪽에 가깝게 잘리면 재생되지만, 너무 안쪽으로 잘리면 재생되지 못한다고 한다. 아무 생각없이 손톱 깎기로 잘라내던 손톱이 절단된 손가락의 신경과 뼈를 재생하게 하다니. 과학자들은 손톱에서 유래되는 이 재생 신호를 이용하기 위해 손톱의 조직을 손가락 조직 재생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다시 원래의 목적으로 돌아가서, 혹시 손톱을 만드는 Wnt/β-catenin 신호를 활성화시키는 식물은 없는지를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피마자 추출물이 해당 신호를 활성화시키는 기능이 있다는 논문을 한 편 찾았다. 바이오스펙트럼의 네일 케어 원료 K-Oleo에 들어있는 그것이다. 너덜너덜해진 손톱을 보면서 생각했다. K-Oleo 샘플을 하나 사서 열심히 발라보고 셀프 임상을 해보기로.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사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