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늘 새로운 것에 목이 마르다. 특히나 한국 뷰티 업계는 특별한 것, 남들이 쓰지 않은 것, 흔하지 않는 것에 더욱 집착한다. Sustainability나 ethical sourcing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건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흔치 않은 귀한 식물을 찾는다. 이런 독특한 시장에서조차, 화장품에 쓰인 적이 없는 흔치 않은 원료이건만, 환대 받지 못하는 원물이 있다. 대마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랜 기간 마약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마리화나가 한국에서만 마약류로 분류되는 것도 아니고, 주성분 cannabinoids (칸나비노이드) 중 향정신성 물질인 THC (tetrahydrocannabinol)를 포함하는 것도 사실이므로, 인체에 유용한 물질인 CBD (cannabidiol)만을 이용하고자 해도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기존에 학술연구 등 특수 목적 외에는 사용이 전면 금지됐었던 대마를 일부 허가 품목에 한해 치료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2019년 3월 12일부터 가능 해졌다. 외국에서는 Gen Z를 타깃으로 웰니스 컨셉의 CBD 화장품들이 출시되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 계속해서 회자되며, 좋다 나쁘다 의견이 분분한 원료인만큼 사용에 대한 각국의 규제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찾아보았다.

2018년 10월, 서방 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캐나다에서 오락적 목적의 대마초 사용이 합법화되었다. 이 획기적인 조치는 뷰티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는데, 캐나다 정부에서 2019년 10월 17일을 퍼스널케어 제품을 포함하여 식용 및 추출물로 대마초의 사용을 합법화하기 위한 기한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대마초 법 (Cannabis Act)에 따라 연방보건부 (Health Canada)에서 지정한 대로 ‘피부의 바깥 부분 (피부, 모발, 손톱)에만 사용하는 대마초를 원료로 포함한 제품’의 국소적 사용을 합법화했다. 이때, 향정신성 물질인 THC의 함량이 제품 패키지당 1,000mg (1g)을 넘어서는 안되며, 패키지 크기가 작은 제품의 경우에는 THC의 함량이 전체 중량의 3%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제한이 있다. 대마초의 또다른 성분인 cannabidiol (CBD)의 사용 역시 허가되었는데, CBD는 향정신성 물질이 아님에도 이전까지 국소적인 사용이 금지되어 왔다. CBD의 농도 역시 포장에 명시해야 한다. 캐나다 보건국은 뷰티 제품으로 대마초 사용 합법화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제품군의 다양성을 늘려 불법 시장에 잠식되어 있는 대마 산업을 합법적인 시장으로 교체하는 목적과 방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가장 주요 드러그 스토어 체인 중 두 곳에서 CBD 화장품의 판매가 고려되고 있다. Walgreens는 CBD가 함유된 크림과 스프레이 제품을 1,500여 지점에서 판매할 계획이며, CVS는 크림과 연고를 포함한 CBD가 함유된 국소 제형들을 2019년 3월부터 8개 주의 매장에서 실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향정신성 물질이 아닌 대마의 성분이 소비자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성분이 됨에 따라 판매업자들은 시장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이 미국에서 어떻게 대마초가 합법화가 되었는지를 반영하는데, 국가 전체적으로 합법화 시킨 캐나다와는 달리 주별로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 2019년 7월까지 10개의 주에서 대마초의 오락적 목적의 사용을 합법화했고, 23개 주에서는 의약적 목적의 사용이 합법화되었다. 2019년 1월 LVMH의 자회사 중 하나인 Sephora에서는 미국 내 매장에 CBD를 주제로 섹션을 선보였고, Ulta Beauty 또한 CBD를 포함하는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 예측하는 CBD 시장의 규모는 어떨까. Jeffries Financial Group의 보고서에 따르면 ‘CBD beauty’에 대한 검색이 2019년의 첫 두 달간 370% 증가했고, 미국 내에서는 향후 10년간 250억 달러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전통적인 미국 스킨케어 시장의 매출 규모는 연간 약 1,700억 달러 정도다.

소비자들은 대중적으로 마리화나가 받아들여질지, 그리고 합법화되어 트렌드가 될지의 여부에 더욱 관심이 있겠지만, 생산자와 판매자의 입장에서 볼 때 더욱 직접적인 추진은 미국의 2018 연방 농장 법안의 통과 여부에 달렸다. 해당 법안은 산업적 목적의 햄프 재배와 건조 중량 기준으로 0.3% 미만의 THC를 포함하는 칸나비스 품종의 재배를 허가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미국 FDA는 화장품을 규제할 수는 있지만, 그 생산과 유통까지는 제한할 수 없다. 규제가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점점 해당 분야에 진입하고 있는데, FDA는 CBD와 관련된 뷰티 제품들을 공급하는 소매점을 규제하고자 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전 미국 식품의약청장인 Scott Gottlieb는 퇴임 전인 2019년 4월 2일에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고 CBD 제품 유통 업자들에 경고문을 보냈다. 그는 Twitter에서 "저는 최근 여러 국가의 약국 체인 및 기타 주요 소매 업체가 여러 주에서 cannabidiol (CBD)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거나 곧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걱정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FDA 의무와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우리의 약속을 상기시켜 줄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Shortt에 따르면 FDA는 CBD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CBD 화장품 산업을 제한하기 위해 움직일 수도 있다고 했다. FDA에 ‘약물’을 포함하는 화장품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므로, CBD 관련 뷰티 제품에 대한 제한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EIHA (European Industrial Hemp Association)는 유럽 연합이 CBD에 대해서 ‘합리적인 규정’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IHA는 입장문을 발표하여, CBD가 건강에 유익한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고용량으로 투여 시에도 부작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Cannabidiol이 항산화, 피부 컨디셔닝, 피부 보호, 피지 분비 억제 등의 효능으로 EU의 CosIng European Commission database에 등재된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까닭은 EU 전역에서 현재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EU 지역에서 CBD를 함유한 원료나 화장품을 판매하려는 회사는 이것이 cannabis 추출물, 팅크, 또는 수지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EU의 화장품 규정 Annex II에는 EU에서 판매되는 뷰티 제품들에 있어서는 안되는 금지 원료들의 목록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목록에 대마초, 대마초 수지, 그리고 대마초 추출물과 팅크가 포함되어 있다. CBD의 기원은 그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향정신성 물질을 포함하지 않는 순수 합성 CBD는 사용될 수 있다. 식물에서 추출한 CBD의 경우, 화학적으로 순수한 형태여야 하고, 식물의 꽃이나 열매의 꼭대기에서 추출되어서는 안된다는 등의 규정이 있다.

Cannabis에 대한 규제는 유럽 내에서도 국가에 따라서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에서는 범죄가 아니지만, 아일랜드에서는 금지된다. IKW (Industrieverband Körperpflege – und Waschmittel , 독일 화장품, 세면용품, 향수 및 세제 협회)의 Karen Kumposcht는 ‘아직까지 소매 시장에서 CBD 제품에 대한 그 어떠한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한 반면, CBD 이슈는 이건 마약 문제에 관한 단일 협약의 해석과 관련이 있는 대단히 복잡한 이슈이고,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또다른 의견도 있다. 영국의 CTPA (Cosmetic Toiletry & Perfumery Association)은 모든 시장에서 cannabionids가 뷰티 제품에 사용될 수 있는 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두 가지 핵심 영역은 순도와 기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순도는 THC와 같이 제한되어야 하는 물질의 존재 여부가 될 것이고, 기원은 마리화나인지 햄프인지, 또는 햄프의 어느 부위인지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햄프 씨드 오일은 화장품에 사용될 수 있는데, 종자는 화장품법 Annex II에 의해 금지되고 있지 않으며, 약물 오남용법의 규제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꽃이 핀 식물 꼭대기 부분을 포함하지 않는 대마 잎 추출물은 화장품 규정에 의해서 허용된다. 그러나 잎에는 제한되는 특정 cannabinoids가 높은 함량으로 존재할 수 있으므로, 영국의 화장품에 대마 잎 추출물을 사용하는 경우, 약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해당 추출물이 약물 오남용법 (2001)에서 정의하는 3가지 제외 항목에 해당되도록 해야 한다.

여전히 주요 지역에서 CBD 성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며 규제 또한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것이 CBD oil을 이용한 화장품의 출시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여전히 CBD의 피부 효능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Fresh, Origins, Kiehl’s 등의 메이저 브랜드에서 제품의 이름에 ‘Cannabis’를 넣기도 했다. 세포라와 Ulta Beauty에서도 인디 CBD 브랜드를 2018년경 입점 시켰고, 미국의 고급 백화점인 나이만 마커스 역시 2019년부터 CBD 제품의 온라인 판매가 시작됐다. 유용한 물질만을 분리하는 정제 공법과 효능 연구를 위한 과학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한, 언젠가는 CBD도 시장에 자연스레 안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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